열정,TV 밖의 못다한 이야기
따뜻한 진심
방송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면서 언제부턴가 무서워지기 시작한 게 하나 있다. 그건 아마도 누군가와 약속을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밥한번 먹자는 약속, 차 한잔 마시자는 약속, 결혼식에, 아이 돌잔치에 참석하겠다는 약속, 계절이 가기 전 ‘언제 한번’ 보자는 약속…. 가까이는 가족으로부터 친구, 선후배 그리고 방송 일로 엮이게 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내가 수없이 날린 말의 공수표가 너무 많아, 그 모든 이들에게 나는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언제 한번’이라는 말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하게 될 만큼 예민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말, 아킬레스건 같은 말이 되어 버렸다.
그 중엔 일상적인 ‘언제 한번’이 아닌, 정말 묵직한 무게로 남아 있는 숙제 같은 만남도 있다. 하루이틀 미룬 숙제를 넘어 마음의 짐이 되고 갚아야 할 빚이 된 만남. 그 만남의 주인공은 작년 5월 이후 지금까지 내가 집필하고 있는 TV다큐멘터리(tvN 월드스페셜 LOVE)에 출연하고 싶다고 어느 날 내게 전화를 걸어 온 한 여배우의 매니저다.
작년 가을이었던 것 같다. 그이는 류승범으로 시작해 신현준, 배두나, 김지수, 이보영, 이요원 편까지라는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봤다고 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여배우가 에 참여하길 간절히 원한다고 했다. 이름 석 자가 갖는 무게감이 있는 배우, 그녀만의 색깔도 있는 배우. 안 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황송했다. 집필에 앞서 섭외가 작가의 역할 중 큰 부분인 나로서는 한 명의 스타를 앉아서 번 셈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이유를 다 공개할 순 없지만 대략은 이렇다. 보통 하나의 프로그램은 거기 관여돼 있는 방송사와 제작협찬사, 그속의 기획, 편성, 마케팅, 홍보 등 수많은 부서의 담당자들의 의견을 고루 수렴해 출연자에서부터 기획의도, 제작방향까지 정해지는데 가끔 그들의 생각과 의견에 개인적인 차이가 클 때가 있다. 그 여배우도 그러했다. 모든 말발과 논리를 총동원해 재고를 요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6년간 작가라는 일을 해오며 처음으로 절망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덕에 나는 그 여배우의 매니저와 친구가 됐다. 모 방송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그녀의 드레스가 예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시상식 뒤풀이로 4시까지 놀았다며 새벽에 답이 왔고, 눈 내리는 날엔 눈이 예쁘다는 문자메시지, 추운 날엔 감기 조심하라는 안부 메일, 드라마 캐스팅이 되면 기쁨의 문자메시지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위로를 구하는 메일이 왔다. 그때마다 우리의 끝인사는 늘 “우리 언제 한번 만나야죠”였다.
그렇게 겨울을 보냈고 해가 바뀌고 봄이, 여름이, 또 가을이 가고 있다. 그녀는 지금 드라마 출연으로 바쁘다. 나는 여전히를 만들고 있다. 언젠가는 그녀가 출연하는 를 꼭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내겐 있다. 그녀는 에 출연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 열정으로 나는 이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들고 또 사랑할 것이다.
우리의 ‘언제’가 정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살면서 이런 만남 하나를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언제 한번’ 꼭 만나야 할 사람. 만나야 할 인연. 그러나 굳이 만나지 않는다 해도, 이대로 충분히 따뜻하고 빛나는 진심, 그리고 열정. 길에서 우연히 스치더라도 결코 알아볼 수 없는 사이지만, 그 여배우의 매니저와 나는 이미 오랜 친구가 되었다. 이대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10년 지기가 되어도 좋겠다.
writer 김소현 방송작가 cooperation tvN
따뜻한 진심
방송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면서 언제부턴가 무서워지기 시작한 게 하나 있다. 그건 아마도 누군가와 약속을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밥한번 먹자는 약속, 차 한잔 마시자는 약속, 결혼식에, 아이 돌잔치에 참석하겠다는 약속, 계절이 가기 전 ‘언제 한번’ 보자는 약속…. 가까이는 가족으로부터 친구, 선후배 그리고 방송 일로 엮이게 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내가 수없이 날린 말의 공수표가 너무 많아, 그 모든 이들에게 나는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언제 한번’이라는 말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하게 될 만큼 예민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말, 아킬레스건 같은 말이 되어 버렸다.
그 중엔 일상적인 ‘언제 한번’이 아닌, 정말 묵직한 무게로 남아 있는 숙제 같은 만남도 있다. 하루이틀 미룬 숙제를 넘어 마음의 짐이 되고 갚아야 할 빚이 된 만남. 그 만남의 주인공은 작년 5월 이후 지금까지 내가 집필하고 있는 TV다큐멘터리(tvN 월드스페셜 LOVE)에 출연하고 싶다고 어느 날 내게 전화를 걸어 온 한 여배우의 매니저다.
작년 가을이었던 것 같다. 그이는 류승범으로 시작해 신현준, 배두나, 김지수, 이보영, 이요원 편까지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이유를 다 공개할 순 없지만 대략은 이렇다. 보통 하나의 프로그램은 거기 관여돼 있는 방송사와 제작협찬사, 그속의 기획, 편성, 마케팅, 홍보 등 수많은 부서의 담당자들의 의견을 고루 수렴해 출연자에서부터 기획의도, 제작방향까지 정해지는데 가끔 그들의 생각과 의견에 개인적인 차이가 클 때가 있다. 그 여배우도 그러했다. 모든 말발과 논리를 총동원해 재고를 요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6년간 작가라는 일을 해오며 처음으로 절망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덕에 나는 그 여배우의 매니저와 친구가 됐다. 모 방송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그녀의 드레스가 예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시상식 뒤풀이로 4시까지 놀았다며 새벽에 답이 왔고, 눈 내리는 날엔 눈이 예쁘다는 문자메시지, 추운 날엔 감기 조심하라는 안부 메일, 드라마 캐스팅이 되면 기쁨의 문자메시지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위로를 구하는 메일이 왔다. 그때마다 우리의 끝인사는 늘 “우리 언제 한번 만나야죠”였다.
그렇게 겨울을 보냈고 해가 바뀌고 봄이, 여름이, 또 가을이 가고 있다. 그녀는 지금 드라마 출연으로 바쁘다. 나는 여전히
우리의 ‘언제’가 정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살면서 이런 만남 하나를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언제 한번’ 꼭 만나야 할 사람. 만나야 할 인연. 그러나 굳이 만나지 않는다 해도, 이대로 충분히 따뜻하고 빛나는 진심, 그리고 열정. 길에서 우연히 스치더라도 결코 알아볼 수 없는 사이지만, 그 여배우의 매니저와 나는 이미 오랜 친구가 되었다. 이대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10년 지기가 되어도 좋겠다.
writer 김소현 방송작가 cooperation tvN
'HelloTV 매거진 > 2009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 [Channel preview]TV 속에서 트렌드 엿보기 (0) | 2009/11/10 |
|---|---|
| [Channel preview]채널 라인업-11월의 알찬 프로그램 소개 (0) | 2009/11/10 |
| [Focus]TV 밖의 못다한 이야기-방송작가 <김소현> (2) | 2009/11/10 |
| [New program]최신 화제작 미리 엿보기 - TV (0) | 2009/11/10 |
| [New program]최신 화제작 미리 엿보기 - 공연 (0) | 2009/11/10 |
| [VOD Line up]집에서 즐기는 영화관 (0) | 2009/11/10 |
TAG CJ헬로비전,
hellotv,
love,
TV,
tvN,
tv다큐,
VOD,
김소현,
김지수,
다큐멘터리,
디지털케이블,
디지털케이블TV,
디지털케이블티비,
따뜻한,
따뜻한진심,
류승범,
방송작가,
배두나,
신현준,
아킬레스건,
열정,
월드스페셜,
이보영,
이요원,
진심,
케이블TV,
헬로tv,
헬로비전,
헬로티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왔던 블로그는 당분간은 멀어질 수밖에 없겠네
2012/01/15 20:04 [ ADDR : EDIT/ DEL : REPLY ]안녕하세요 모두 들! 이 메시지에 더 쓸 수 없습니다! 이 게시물을 읽고 생각나 전에 내 룸메이트가! 그는 항상 그것에 대해 얘기 보관. 그에 게이 문서를 보내드립니다. 비교적 확실히 그가 독서를 즐길 것 이다. 공유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2012/02/04 13:2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