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가는 길
제주도에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요리연구가 김민재
(김해숙 분)와 시어머니(김용림 분)는 늘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한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보통
‘차(茶)’는 대화를 부드럽게 해주는 매개체 이거나 사람들의 취향으로 선택되는 기호식품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니, 드라마에서 차 마시는 장면을 밥 먹는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밥 먹는 장면 하나하나, 멀리 깔리는 배경음악, 인테리어 등 소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이고 보니 그런 생활 속의 작은 연출조차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 드라마 속의 촬영지를 사전에 관광과 연계해서 기획해 드라마의 후광을 입게 하는
경우는 요즘 흔하다. 하지만 대개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의 연출에 그치고 마는데, 김수현 작가는
관광을 이제 단순히 경치를 보는 게 아닌 그곳의 식문화와 생활문 화를 함께 즐기는 문화 콘텐츠임을
드라마에 담아내고 있는 거 같다. 그럼 관점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는 이유는 제주가
새로운 차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작가의 철저한 사전 연구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추측한다.
보통 차 하면 보성이나 하동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제주도의 차도
인기가 많다. 차나무의 생육 조건과 가장 잘 맞아떨어져 차를 우렸을 때 맛이 깔끔하며 향이 깊다고
한다. 생전에 법정 스님이 즐기셨다는 제주의 ‘효월차’나 이미 관광지로서의 명성은 물론 산업적
부가가치도 충분히 담당해 내는 태평양화학의 오설록농원(드라마 속에서 장미희와 김상중이
데이트하는 곳으로도 나온다)은 제주 관광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작가가 차를 관광 콘텐츠로 다뤘는지는 사실 추측일 뿐이지만, 시어머니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매개체로 차 마시는 장면을 삽입했다는 것은 좀 더 확실한 추측이다. 드라마 속 시어머니의 캐릭터는
시원시원한 며느리에 비해 빨래 하나 갤 때도 반듯하고 흐트러짐이 없으며, 바람기로 부초처럼
밖으로 떠도는 남편을 괘념치 않고 자식들을 천성대로 키워내 는 집안의 대들보 같은 존재이다.
이혼율 높은 요즘 세대의 주부들에게 이런 시어머니의 내공은 웬만한 도인의 경지에 이르는
어머니 상으로까지 보인다.
다향과 다도
실제 다도를 하는 차인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절도 있고 의연하며 편안하다. 제주도는 아니지만 드
라마 속 불란지 펜션처럼 예쁜 집에서, 아름다운 정원과 텃밭을 가꾸며 차와 함께 생활하는 화린
김춘희 선생님의 과천 집을 찾아갔다. 곱게 차려입은 모시한복은 더운 여름에도 시원하며 기품 있
어 보였다. 반듯하지만 불편하지 않으며, 예의를 갖추면서도 어린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며, 말은
아끼지만 모습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내공이 거의 도인의 경지였다. ‘반야로 차도 문화원’
회원으로서 차 생활을 하며, 궁중음식연구원 이사 및 지미재 고문으로 활동하는 분답게 차와 함께
내온 떡과 과일까지도 품위가 있었다. 차를 대접해 주는 손길은 흡사 고전무용수의 손놀림처럼 부
드럽고 리듬이 있으면서도, 간결하고 절도가 있었다. 음식에 간을 맞추듯이 차도 간을 맞춰서 마셔
야 한다는 아리송한 말씀을 하시며 내주신 차를 마셔 보니 더도 덜도 아닌 바로 간이 잘 맞은 음식
처럼 입안에 녹아들어 목 넘김이 편안했다. 은은한 향, 체온처럼 알맞게 따뜻한 차 한 잔에 갑갑했
던 가식적 삶의 갑옷들을 한순간 벗어 던졌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숨 같
은 쉼이 그곳에 있었다. “다도란 차를 방편 삼아 심처(心處)로 가는 길”이라고 하신 심오한 말씀이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됐지만 감히 여쭙지는 못했다. 요즘 사람들이나 여성인권운동가들에게는
너무 구태의연한 말 같지 않을까 하면서 들려주신 “여자는 조용하되 타고난 만큼 단정하게 가꾸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고, 그윽하고 한가로워야 하며, 따뜻하면서도 떳떳해야 한다”는 말씀도 오히려
현대 여성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귀한 말씀이라고 생각되었다. 생활 속에서 살아 있는 것을 살아 있게
하는 게 ‘도(道)’라고 해주시니 ‘도’가 그리 어려운 게 아니구나 하면서 집을 나설 때였다. 아차,
기말고사 성적표 순위 매기느라 살아있던 아이의 심성도 죽이고, 바쁜 일상 핑계 삼아 살아있던 화
분도 죽이고, 고사리 순처럼 끊임없이 마음의 그늘에서 조용히 고개 쳐들고 일어서는 열등감에
내 심성도 죽이며 살면서 감히 ‘도’를 알았다 했으니…. 부끄러워서 배웅하는 화린 선생님의
따뜻한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차의 ‘도’는 접어두고, 선생님이 가꾸는 텃밭처럼 포근한
기품과 부지런함에서 오는 용기는 꼭 흉내라도 내보고 싶었다.
화린 김춘희 선생님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 지미재의 회장을 지내셨으며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진흥회 이사를 역임하시고
지금은 반야로 차도 문화원 회원으로 향기로운 삶을 살고 계신다. 차(茶)방 곳곳의 모시 소품들은 모두
직접 천연염색 후 바느질로 완성하신 것. 방문한 날도 쪽빛으로 직접 곱게 물들인 한복을 입고 맞아
주셨다.
Writer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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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말로 멋진 하 고 유익한입니다.
2012/01/16 08:24 [ ADDR : EDIT/ DEL : REPLY ]전용된 리더를 여기 있는 모든 시간이 귀하의 콘텐츠를 업데이트 계속 노력 하겠습니다.
2012/01/31 20:15 [ ADDR : EDIT/ DEL : REPLY ]전용된 리더를 여기 있는 모든 시간이 귀하의 콘텐츠를 업데이트 계속 노력 하겠습니다.
2012/02/06 17:11 [ ADDR : EDIT/ DEL : REPLY ]